빙하의 끝자락, 작은 펭귄은 서 있었다. 둥글고 매끄러운 몸뚱이, 검은 깃털은 밤을 품고, 하얀 배는 차가운 얼음을 닮았다.

뒤뚱뒤뚱, 짧은 다리로 얼음 위를 걸어온 시간들. 펭귄은 언제나 무리를 따랐지만, 어느새 고독은 그 뒤를 밟았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남극의 바다, 펭귄은 그 깊이를 안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소리와, 바다 아래 웅장한 고요함을. 그러나 더 이상 세상은 그에게 집이 아니었다.

날개는 있지만 날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운명. 펭귄은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오직 차가운 물속뿐이니까.

발끝은 얼음을 떠났고, 깊은 바닷속에서 펭귄은 눈을 감는다. 날 수 없는 날개는 물결 속에서 춤을 추고, 차가운 물은 그를 감싼다.

수영이 익숙한 그에게, 물속은 자유였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르다. 이번엔 다시 올라오지 않을 것이다.

깊고 어두운 바다 밑, 펭귄은 그제야 알았다. 날지 못하는 자신에게, 하늘은 없었음을. 그리고 그가 가진 진짜 자유는 얼음 너머, 끝없는 바다 속에 있음을.